
저자 김광현 · 출판사 뜨인돌 · ISBN 9788958076773
중고 상(상태 좋음) · 21,500원 (정가 35,000원)
‘건축’이라는 말 속에는 아주 오래된 고정관념이 내포되어 있다. 건축은 ‘건물’과 다르다는 것, 공학적 산물인 건물과 달리 건축은 예술작품이자 인문적 사유의 소산이라는 것, 평범한 주택이나 획일적인 아파트나 경박한 쇼핑몰 따위는 건축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는 것. 도면이나 사진 밑에 심오한 주석 달기를 즐기는 건축가들과 자기의 집을 건축으로 여기지 않는 거주자들(혹은 독자들)의 교감 속에 끊임없이 재생산되어 온 이 고정관념은, 건축물의 물성만큼이나 단단하고 견고하다. 글쓴이는 그런 구분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잘라 말한다. “건축과 건물을 구분하는 것은 ‘인간이냐 사람이냐’라는 구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인간은 한자어고 사람은 순우리말이다. 그뿐이다.” 그러고는 “건축가만이 공간을 창조한다고 믿는 것은 커다란 착각”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건축가라는 직업이 생기기 이전부터 인간은 이미 그 존재의 본질에서 건축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건축이 특정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면서 우리는 타고난 본성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다. 내 몸이 거주하는 공간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며, 무엇이 좋은 건축인지 분별해내는 판단력마저 상실해버렸다. 글쓴이의 여정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건축물을 단지 감상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짓는 인간’으로서의 능동적 본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이 책에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유명한 건축가들, 당대의 사상가들, 그리고 수많은 건축물과 건축공간들이 등장한다. 방대하지만 명료하고 단호하면서도 친절한 글쓴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건축은 진리를 찾는 학문이 아니다. 그러나 진실한 건축은 분명 존재한다”는 그의 믿음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쉬이 파악할 수 있다. 건축은 예술이 될 수 없음을 논증하는 폭넓은 근거들은 역설적이게도 이 책을 깊이 있는 예술서로 만들고 있으며, 현학적인 ‘인문적 건축론’을 지양하고 건축을 건축 자체로 사유한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인문서가의 앞자리를 차지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머리말
제1장 집을 왜 짓는가?
1. 건축은 창가의 빈 병
2. 건축은 오래 남는 ‘시작’
3. 건축은 모두의 기쁨
4. 우리는 그릇 안의 물이 아니다
5. ‘사이’에서 답을 찾는 건축
6. 건축과 공동체
제2장 건축 이전의 건축
1. 스톤헨지가 완성되던 날
2. 피난처가 의례공간으로
3. 짓기를 배워야 거주한다
4. 진실한 건축은 있다
5. 건축은 ‘근원을 아는 자’의 기술
제3장 사회가 만드는 건축
1. ‘建’이 ‘聿’과 ‘廴’인 이유
2. 건축은 사회적 공간
3. 공간은 생산된다
4. 거대한 사회적 디자인
5. 사회는 건축을 자라게 한다
6. 고딕 대성당을 오늘날 지을 수 없는 이유
제4장 시설, 제도, 공간
1. 고대 그리스인들이 발명한 시설들
2. 시설은 사회와의 접점
3. 사라지고 생기는 빌딩 타입
4. 백화점, 백 가지 물건을 파는 가게
5. 쇼핑몰, 현대건축의 매개체
6. 학교라는 근대시설
7. 현대건축의 모델, 지하철역과 공항
제5장 건축은 작은 도시
1. 모여야 마을이다
2. 길은 건물, 건물은 길
3. 건축은 지붕 덮인 공공공간
4. 존재와 욕망의 탑
5. 중정, 회랑, 광장
제6장 신체와 장소
1. 아잔타 석굴에 몸을 댈 때
2. 롱샹 성당이 최고의 성당이 아닌 이유
3. 건축은 바로 이 장소에 선다
4. 장소를 없애는 몇 가지 방법
5. 장소를 살리는 몇 가지 단서
제7장 오늘의 건축을 만드는 힘
1. 환경은 나와 무엇 사이
2. 정경을 갈아입는 건축
3. 건축‘으로’ 만들기
4. B급 건축, 작은 건축
제8장 정보가 건축을 바꾼다
1. 위키피디아가 건축을 만든다면
2. 휴대전화, 편의점, 인터페이스
3. 미디어가 짓는 건축
제9장 시간의 건축과 도시
1. 시간을 이어가는 건축
2. 과거와 미래를 기다리는 집
3. 도시 속의 시간
4. 지속가능한 사회의 건축
제10장 건축은 모든 사람을 가르친다
1. 모든 이의 공동의 노력
2. 늘 새로운 원시적인 것